그 이후로 며칠간, 여동생을 제대로 쳐다볼 수 없었다.


그녀가 기타히어로라는 사실을 안 다음부터 도저히 제대로 직시할 수 없었던 것이다. 집에서 언제나 저지를 입고 돌아다니는 여동생이, 영상만 틀면 수많은 팬들을 거스린 카리스마 기타리스트라니, 도저히 믿기지 않았지만 그래도 뭐어, 그 부분 까지는 그럭저럭 어떻게 이해할 수 있었던 것이다.


문제는 그게 아니었다.


기타히어로가 댓글이나 공지, 프로필 란에 언니를 짝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은 그녀의 팬이라면 모두가 아는 사실이었다. 그녀가 자신의 여동생이라는 사실을 몰랐을때야 남일보듯이 볼 수 있었다. 언니에 대한 애정이 너무 과하구나 하는 식으로 넘길 수 있었던 것이다.


문제는 그 당사자가 니지카 자신이었다.


사랑하는 여동생한테, 스스로도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강렬한 애정을 받고 있었다-그 사실은 기쁘면서도, 한 편으로는 곤혹스럽기 짝이 없었다. 마음같아서는 자신도 곧장 여동생에게 달려가고 싶었지만 히토리는 지금까지 자신이 기타 히어로라는 걸 숨겨왔다. 이유는 뻔했다, 백 퍼 센트 언니를 짝사랑한다고 적어놓은 글귀 때문 이곗지.


언니, 그러니까 니지카한테 가장 숨기고 싶어하던 것 이었는데, 그걸 당사자한테 말도 안했는데 들켜버린다, 그 뒤에 일어날 일은 상상하지 않아도 절로 그려졌다. 수줍음 많은 그녀는 얼굴을 새빨갛게 붉힌 채, 그 자리에서 녹아내리거나 도망치지 않을까?  


그러다보니 이도저도 못하는 상황이었다. 마음같아서는 당장이라도 밝히고 싶었지만, 밝히면 여동생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모르는-그런 진퇴양난의 상황이었던 것이다. 끄으으응....끙끙거리면서 고민하기를 수 일, 그래도 라이브 직전까지는 마음이 정리될 것 같았건만, 그건 자신의 착각이었다. 라이브 직전은 커녕 당일이 되어도 마음이 제대로 정리가 되지 않았던 것이다.


"언니...어디 아파요?"


"으응, 괜찮아!"


다른 두 사람은 눈치채지 못한 듯 했지만, 자신의 여동생은 역시 며칠간 자신의 상태가 이상했던 걸 눈치챈 듯 했다. 자기도 첫 라이브라 굉장히 떨릴텐데도, 걱정스러운 듯 언니의 안부부터 묻는 여동생의 마음씨에 감동까지 받았지만 역설적으로 지금 자신이 이러는 것이 여동생 때문이었기에, 쉽사리 말을 꺼낼 수 없었던 것이다. 그랬기에 웃음으로 얼버부린 그녀가 한숨을 푸욱 내쉬었다. 


그래도 라이브에서는 실수하면 안되는데.


그런 니지카의 각오를 비웃기라도 하듯 첫 곡 때에, 과도한 긴장과 이번 일 때문에 마음이 심란한 건지, 몇 번이나 엇박자를 내고 말았다. 당연히 얼마 오지 않은 관객들의 반응도 썩 좋지 않았으며, 다른 멤버들 역시 무슨 일이 있었는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자신을 보고 있었던 것이다. 


이래서는 안되는데, 당황한 니지카가 마음을 다잡기 위해서 고개를 저었지만 한 번 실수한 상태에서 제대로 마음을 다잡기는 보통 쉬운 일이 아니었다. 어쩌지, 어쩌지...순간 눈 앞에 하얘진 채 패닉에 빠진 그녀를 구해준 것은, 다른 누구도 아닌 자신의 여동생인 히토리, 기타히어로였다. 자신이 흔들리는 걸 눈치챘는지, 그 자리에서 관객들 모두의 이목을 집중시킬 기타 솔로를 보여주었던 것이다. 그 모습이 마치 니지카한테 있어서는 히어로같아서-


그리고 그 때에, 니지카의 마음 한 구석에서 뭔가 달칵 하고 맞춰지는 소리가 들렸다.


*


라이브가 끝난 후 뒷풀이 파티에서, 슬쩍 밖으로 나온 니지카가 밤공기를 들이마셨다.


이러고 있으면 자신의 착한 여동생은 갑자기 사라진 자신을 걱정해서 찾으러 오겠지, 그 사이에 마음의 준비를 한 그녀가 몇 번이나 숨을 들이마셨다 내쉬면서 심호흡을 했다. 뛰는 심장소리를 들으면서 진정하지 못하고 몇 분이나 있었을까? 이윽고 자신의 여동생이 옆에서 달려오는 소리가 들려왔던 것이다.


"언니...여기서 뭐해요?"


"히토리 짱, 바깥공기 좀 쐬고 있었어."


태연한 척, 평소의 미소를 지은 그녀가 아무렇지 않게 옆을 쳐다보자, 어느새인가 자신의 옆으로 온 그녀가 나즈막히 한숨을 내쉬었다. 귀여워, 그 모습을 보면서 쿡 웃은 니지카가 심호흡을 했다.


"오늘 연주를 보고 눈치챘는데, 히토리 짱이 기타 히어로지?"


그리고 곧장, 말을 내뱉었다.


시간이 멈춘 것 같았다. 자신이 지금 뭘 들은걸까, 어버버 거리면서 차마 말을 잇지 못한 히토리가 입을 뻥긋거렸던 것이다. 그, 그게...말을 채 잇지 못하던 그녀가 간신히 한 마디를 꺼냈다.


"사, 사, 사람 착각하셨어요 언니..."


"히토리 짱이 기타 히어로지?"


어설픈 변명을 한다고 해서 속여넘길 수 있는게 아니었다. 어떻게 보면 여동생의 터부를 그대로 들어내는거라  조금 죄책감이 들긴 했지만 일단 꼭 이 이야기를 해야만 했던 것이다.


"절도있는 스트로크를 듣고 알았어. 새삼스럽지만 기타와 옷, 방 구조도 똑같고..."


"아으으..."


그렇게까지 하자 도저히 숨길 수 없다는 듯 그녀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. 맞아요...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간신히 인정하자 배시시 웃은 니지카가 살짝 다가가서 양 손으로 그녀의 뺨을 매만져주었다.


"실은 있지, 숨기고 싶어하는 것 같아서 원래는 말하지 않으려고 했어!"


그렇지만, 밤공기를 가득 들이마신 니지카가 활짝 웃었다.


"그런데 오늘 연주를 보니, 히토리 짱이 마치 날 이끌어주는 것 같더라. 응, 그 모습이 마치 나에겐 진짜 히어로 같았어!"


망설이고 있을 때에, 그녀의 기타를 듣자 눈이 확 뜨이는 느낌이었다. 마치 히토리가 망설이는 자신의 등을 밀어주는 느낌이었던 것이다. 그리고 그제서야 간신히 헤매던 자신의 마음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었다. 


"에헤헤, 에헤헤..."


눈 앞의 히토리 짱은, 자신이 쓴 글은 물론이오, 왜 자신이 들키고 싶어했는지도 잊은 듯 니지카한테 칭찬받은 사실 하나만으로도 행복한 듯 웃으면서 손가락을 꿈지럭거리고 있었다. 그 모습을 본 니지카가 양 손으로 그녀의 얼굴을 감싼 직후, 망설임없이 그녀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맞췄다.


쪽, 하는 소리가 조용한 밤하늘에 울려퍼졌다.


히토리 자신도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수 초간 눈치채지 못한 듯 했다. 후우, 그 모습을 보면서 입술을 땐 니지카가 조심스럽게 양 손을 모아서 잘먹었습니다, 하고 작게 중얼거린 뒤에 히토리의 귀에 대고 속삭여주었다.


"작은 언니랑 결혼하고 싶다, 고 했지?"


며칠 전 자신이 쓴 댓글을 떠올리면서 배시시 웃은 그녀가 계속 말을 이었다.


"결혼은 너무 이르니까, 일단 키스만 하자?"


그러면 먼저 들어가있을께~손을 흔들면서 유유히 뒷풀이 장소로 들어간 니지카의 등 뒤로, 그제서야 간신히 사태파악이 끝난 듯 히토리의 비명소리가 고요한 밤 하늘에 울려퍼졌다.
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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